김명숙 개인전 오월 - 산책길

김명숙
2025 05/14 – 05/19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오월 – 산책길

길을 걸으며 눈에 띄는 이름모를 풀들. 무심코 뒹구는 옹기종기 돌들이 참 정겹다. 봄, 오월이 참 좋다.

겨울내 차갑고 쌀쌀 살을 에는 바람과 대지는 꽁꽁 얼어서 짖은 회색도시.

다시는 나무들이 싹을 틔우지 않을까 발걸음 총총 집을 향한다. 개나리, 벚꽃 등 밥풀 같은 꽃 몽우리.

우리동네는 은행나무가 참 많다. 아기 손같이 꼬물 작고 앙증맞은 은행잎이 어느새 봄바람 봄볕에 싱그럽다. 푸르름, 풀 냄새, 평온한 신록에 마음이 녹는다. 푸른색이 참 좋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푸르른 희망을 표현하고싶다.

잎사귀 하나하나 그릴 때 좀 더 색감의 깊이를 주려고 색을 또 칠한다. 돌의 오돌오돌 입체감 표현은 질감을 살리려 붓질을 수도없이 많이 했다. 세상사 잡다한 생각이 다 녹아난다. 정감있고 감동받는 작품을 하고싶은 마음에 많은 시간 그린 그림에 때로는 실망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열정으로 그림을 그릴 때 작업이 참 즐겁다. 꾸준히 작업하며 감동받는 작품이 언젠가 되겠지 갈망하며 작업할 때 신명이 난다. 좀더 좋은 작품을 위해 오늘도 그린다.

무심코 걷는 산책길.

우리 주변에 아무렇게나 뒹구는 돌들이 참 많다.

단단한 돌의 질감, 입체감, 오돌오돌 비바람에 단단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돌들도 세월의 흔적을 남긴다. 비바람 조금씩 닳고 제나름 입체감 모양의 변화를 준다. 길가 얼기설기 낡은 도로변 돌들이 비구상, 구상으로 눈에 들어온다. 돌 사이 바위틈 흙이 조금도 없어 보이는 그곳에서 매서운 비바람 잘 견디며 고고하게, 싱싱, 아담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본다. 약해보이지만 잘 견뎌낸 돌과 돌 사이 솟아나는 푸른 생명력에 경이롭고 숙연해진다.

오월 – 비라도 오는날, 청초한 풀냄새, 푸른잎 돌사이에 잘 어울리는 구도를 표현한다. 풀잎 하나하나 앙징맞고 정겹다.

어릴 때 친구들과 온 정신이 빠져 풀로 소꿉놀이 친구들 추억에 미소가 절로난다. 스케치하러 신록이 좋아 산과들로 참 많이 다녔다. 그때 그 친구들도 문득 보고싶어진다. 풀잎 하나하나 이름도 참 재미있다. 돌담위 무리지은 무성한 풀들, 단단한 거친돌 위에 연약하고 앙증맞지만 단단한 돌들은 바람을 막아주며 돌과 잎들이 잘 어울리고 있다.

자연이 참 좋다. – 때로는 도시의 지치고 힘들때도 있지만 길을 걸으며 무심코 이름모를 풀들, 돌들 사이에 생명력 보이려 여린 듯 꿋꿋이 잘 자라 싱싱한 풀들을 볼 때 나는 힘을 느낀다. 어쩌면 그 추운데도 다 이겨내고 잘 자라 또 강한 생명력에 감사와 힘을 받는다. 봄, 오월이 나는 참 좋다. 길을 걸으며 풀들, 신록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옹기종기 뒹구는 돌들, 오월의 싱그러운 푸르름, 풀내음. 산으로, 들로 평온한 신록이 참 좋다. 작업실에서…

-김 명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