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냥시엔저 개인전 Limen

징냥시엔저
2025 09/10 – 09/15
2 전시장 (2F)

Limen(라틴어: 문턱, 경계; 또한 모호한 중간 상태)

작업의 출발은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관통한 나의 지속적 경험이다. 고립과 지속되는 사회적 규율의 사이에서, 나는 스스로가 한동안 문턱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깨달았다. 즉, 이른바 ‘자유’로 온전히 돌아갈 수 없는 동시에 규율적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는, 유동하는 ‘중간 상태’가 내 작업의 중심이 되었다.

나의 시각 언어에서 비인간적 형상은 핵심적 운반체로 기능한다. 나는 개인적 정체성의 표지를 의도적으로 지워내어 관점이 개별을 넘고 전체적 구조로 이동하도록 한다. 화면 속 형상들은 프레임, 선, 색면 같은 규율의 시각 장치에 의해 배열되지만, 동시에 그 경계와 충돌하고 그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낸다.

작품에서는 ‘규율’을 가시적 구조로 만들고자 한다. 모호한 경계, 반복되는 모티프, 단절된 공간들이 사회적으로 조직된 보이지 않는 장벽처럼 이미지를 규정한다. 그러나 그 구조의 틈새마다 나는 흐릿함, 어긋남, 공백을 끼워 넣는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장식적 여백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가 드러나는 방식이다. 자유는 완전한 풍경으로 제시되지 않으며, 통제의 장(field) 안에 발생하는 비논리적 균열이자 불안정한 틈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각각의 작품은 독립된 단편이 아니라 서로 얽혀 하나의 임시적 ‘질서의 장’을 구성한다. 관객은 그 장을 통과하며 변동하는 문턱과 마주하게 된다—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고, 욕망과 금지가 중첩된다. 작품은 이분법적 해석을 거부하며, 불확정하고 유동적인 ‘중간’의 상태를 가리킨다. 규율 권력 아래서 자유를 갈망하는 나와 타자는, 그 자유가 또 다른 경계로 재기입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Limen은 자유와 규율 사이에서 한쪽을 택하라는 제안을 하지 않는다. 대신 두 요소가 어떻게 공존하고 서로 진동하는지를 탐구한다. 제약과 가능성은 동시에 펼쳐지며, 그 흔들림 속에서 나와 관객은 보다 복합적인 자기 인식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