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희 개인전 반복된 사물들-사물들과 대화하는 해석학적 놀이
강덕희
2026 08/12 – 08/17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반복된 사물들-사물들과 대화하는 해석학적 놀이
The Repetitive Objects: A Hermeneutic play of Dialogue with Objects
나의 작업은 일상의 기표들을 캔버스 위로 소환하여, 나만의 자율적인 조형 문법으로 재구성(Composition)하는 과정이다. 정사각형의 각설탕, 영롱한 구슬, 규격화된 스마일 기호, 돌돌 말린 파마롤, 알록달록한 젤리곰, 기계적인 너트와 볼트, 그리고 약속의 상징인 러브 락(Love Lock)까지. 화면을 가득 채운 사물들은 대량생산 소비사회가 제공하는 즉각적인 위안이자 누구나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일상의 도상들이다. 그러나 이 기성품들이 거대한 화면 위에 배치되는 순간, 본래의 기능적 맥락이나 관계의 서사는 소거되고 오직 점·선·면·부피라는 순수한 시각적 기호로 재 조율된다.
가다머(H. G. Gadamer)가 말하듯 예술은 주체의 주관적 체험을 넘어 존재의 진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놀이(Spiel)’이다. 나의 올오버(All-over) 화면은 사물과 작가, 관객이 끊임없이 대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내는 해석학적 놀이의 장(場)이자, 오랜 삶의 궤적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조형적 진화이다. 이 모든 시각적 탐구의 시초는 과거 말에게 각설탕을 건네던 촉각적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은 설탕 조각. 입안에서 달콤함과 그것을 감싸고 있던 딱딱하고 예리한 모서리의 감각. ‘달콤함 속에 감춰진 각진 인상’이라는 감각적 모순은 부드움과 딱딱함, 유기적인 것과 규격화된 것이 공존하는 기묘한 긴장감을 낳았고, 이는 내가 세계를 해석하는 최초의 미학적 ‘선이해(Vorverständnis)’가 되었다. 사물에 대한 이러한 탐닉은 지난 20년간 좋아하던 디자이너의 옷을 수집하며 모아온 ‘택(Tag)’의 아카이브로 이어진다. 옷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무수한 택들은 단순한 부속품이 아닌, 나의 시간과 취향이 촘촘히 적층된 역사적 지평(Horizont)이다. 이 꼴라주(Collage) 작업은 과거의 텍스트를 현재의 시점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었으며, 사물의 고유 맥락을 해체하고 새로운 상징(Symbol)적 층위를 부여하는 미학적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기성품을 단순히 나열하거나 복제하는 방식의 기계적 평면을 거부한다. 대신 개별 사물이 가진 조형적 특성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화면 전체의 밀도와 유기적인 리듬을 주체적으로 구축해 나간다. 사물들은 화면 위에서 정교한 레이어로 중첩되거나 비현실적인 스케일로 대비되며 기하학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 멀리서 볼 때 완벽하게 조율된 시각적 그리드(Grid)이자 올오버의 단일한 추상 평면으로 인지되는 거대한 화면은, 모더니즘 회화가 추구했던 순수 형상과 조형적 질서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관객의 시선이 캔버스 내부로 유입되고 육체적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완벽했던 추상의 표면은 균열을 일으키며 극사실적으로 재현된 개별 기성품들의 미시적인 도상들로 해체된다. 이는 사물이 지닌 본래의 역사적 지평과 작가의 주체적 구성이라는 현재의 지평이 만나는 ‘지평융합(Horizontverschmelzung)’의 순간이다. 전체와 부분, 게슈탈트적 인지와 미시적 묘사는 캔버스라는 물리적 장 안에서 길항하며 관객에게 끊임없는 해석의 대화를 요구한다.
《반복된 사물들》은 말의 입술에 닿던 각설탕의 감각적 긴장감과 20년간 축적된 택의 아카이브, 그리고 일상의 파편들이 회화라는 거대한 스케일로 스펙터클화 되는 장이자, 사물들이 예술이라는 고유한 ‘축제(Fest)’적 시간 속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규격화된 세계(기성품)를 자율적인 세계(회화적 구성)로 번역하는 이 인위적인 컴포지션의 대형 화면은 달콤함과 부드러움 이면에 숨겨진 단단한 기억의 모서리들을 직조하는 일이다. 나는 가벼운 것들을 집요하게 축적하여 만든 이 거대한 풍경을 통해, 관객이 익숙한 도상 이면에 존재하는 새로운 존재론적 진리를 발견하고, 그 감각의 이중성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지평의 확장을 경험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