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란 개인전 Hymn of Life
김란
2025 10/29 – 11/03
3 전시장 (3F)
반복과 변화 사이로부터 감지되는 경계 너머의 세계에 대하여
김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수없이 많은 선들로 화면 전체를 채운 추상적 회화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처럼 선들에 의해 겹겹이 채워진 캔버스 공간은 그 자체 만으로도 작은 우주를 만들어내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선을 그은 흔적들이 만들어낸 화면은 물감에 의해 그려낸 회화이기 이전에 캔버스 앞에서 노동을 하듯 움직였을 작가의 행위가 그대로 담긴 하나의 작은 역사가 이루어진 장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아마도 이처럼 반복된 행위를 하면서 작업에, 그리고 그 행위에 몰입하게 되는 경험 속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모른다. 같은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체득하게 되는 무아(無我)에 대한 심상이 담겨 있는 것 같은 그의 작업에서는 규칙적인 듯한 캔버스 위의 현상적 시각 표면 아래에서 미묘한 변화의 기운을 마주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면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캔버스 위에서 행한 반복된 선 작업은 마치 주술 행위처럼 숭고(崇高)의 영역을 현실 세계로 불러들이는 에너지를 표출하는 행위가 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시공간적 한계 내에 존재하기에 그 너머의 것들을 정당하게 다룰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너머에 대해 볼 수 있기를 갈망하고 그 너머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 김란 작가가 선들로 빼곡이 채워낸 공간에는 이 알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결국 작업을 통해 우리의 시선을 가득 채운 선들 사이의 미묘한 변화에 다다르게 함으로써 자신이 마주하게 되었던 이 세계에 대해 자신만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며 더 깊이 나누고자 하는 것으로보인다. 하나의 존재로서 그 존재 너머에 대해 대화하며 차이를 그 의미를 다시금 확인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승 훈(미술비평)
< 작가노트 >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다.
우주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씨줄과 날줄이 만나는 어느 순간에
우리는 걸어가고 있다.
시간의 속성은 흐르고 있는 것이지만
나는 물성과 우연을 이용한 작업으로
그 순간을 붙들고싶다.
고요한 마음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지금 이 순간에 온 마음을 쏟을 때,
바깥 꽃잎들은 자꾸 열리고
아름다운 자유의 꽃이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