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 개인전 Kim So Yun Solo Exhibition

김소윤
2020 03/04 – 03/09
2 전시장 (2F)

김소윤 개인전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한 이야기가 언어로서 표현되지 않을 때, 나는 그림으로 갈증을 해소시킨다. 보통 나의 철학이 자연의 섭리에 맞닿을 때 작업에 담아내며, 형상은 이러한 영감들을 조합해 여러 차례를 거친 후 이룬다.

 

<Nucleus> 장지에 혼합재료, 162.2×130.3cm, 2019.

– 먹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존을 위해 입안에서 씹고, 삼키고 그것을 다시 배출하는 것이 참 귀찮은 행동 같았다.지구에 살고있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음식으로부터 에너지를 만들고, 음식으로부터 아프다. 모든 것은 뇌로부터 일어나니 인간을 뇌로만 이룰 수 있도록 창조 해도 충분 했을 텐데, 장기가 있어 피곤해진 생명체들 같았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인간에 대한 자멸감이 들었다. 괴로운 것은, 이로 인해 식욕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난 먹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 생각에 굴복해야 했다. 고민과는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어 내가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것 마저 치욕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생각들이 증폭될수록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어지고 식물의 존재가 부러워졌다. 한 라디오 방송(나는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하는 것을 즐긴다.)에서 이러한 식물과 외계인은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주와 외계인에 관심도 생겨나는 지점에 내가 한 고민들이 서로 개연성을 가진 것 같아 ‘외계인과 식물’ 이렇게 작업 한 것이다. 식물의 뿌리들을 화면중심에 펼쳤다. 식물의 뇌는 뿌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땅에 묻힘으로써 중력에 반항하는 것 같아 굴복한 나와는 대조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엉킨 뿌리들의 중심에는 인간의 뇌를 그렸다. 뇌를 엑스레이로 찍은 모습인데, 가운데 핵과 같은 형상은 외계인의 눈과 비슷하다. 주변은 인간과는 다른 생명체, 우리가 알고있는 보편적인 외계인의 형태로 엉켜 있는 모습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Mandragora> 장지에 혼합재료, 162.2×130.3cm, 2019.

– 형태는 해리포터에도 나오는 판타지 생명체 만드라고라이다. 인간 형태이자 만병통치약인 만드라고라는 사람들이 뿌리째 손으로 뽑으려고 할 때 비명을 지르는데 이 소리를 들은 사람은 사망한다.이 재미있는 만드라고라의 속설은 생겨난 과정까지 인상 깊다. 죄 없이 억울하게 죽은 사형수의 눈물과 그의 몸에서 배설된 정자가 땅에 떨어져서 거기에서 만드라고라가 나게 된다고 믿어졌다.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여기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현재 사회의 약자들이 떠올랐다. 여자, 아이, 노인, 장애인 등 약자들을 생각하며 만드라고라를 그렸고, 그 안에는 ‘보호’의 뜻을 안고 있는 노간주나무를 그려냈다.

 

<La Rinconada> 장지에 채색, 145.5×112.2cm, 2019.

–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페루의 라 링코나다.

중력이 부족한 만큼 산소가 부족한 장소.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사망하기도 하지만 금이 많이 캐져 일확천금이 가능한 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장소가 익숙하지 않아 그림의 소재로 잡아보았고, 중력이 없어 돌이 떠다니는 형상을 만들었다. (실제로는 떠다니지 않는다.)

돌은 포대기에 감싸진 아이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My philosophy> 장지에 채색, 145.5×112.2cm, 2019.

– 삼척 환선굴에 있는 옥좌대. 동굴 천장으로부터 많은 물이 떨어지면서 특이한 형태의 휴석이 형성된 것인데, 물이 떨어지는 지점에는 작은 규모의 휴석들이 다각형 모양으로 발달하고 있으며, 물이 옆으로 흘러내리면서 계단식 논 모양으로 자라고 있는 형태를 보여준다.원의 중심에 있는 것은 현재 만들어진 모양, 바깥 부분의 흐트러진 것은 과거에 떨어졌었던 모양이 현재와 과거를 형태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워 나와 연결했다.

나의 자아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고찰하였을 때, 80%는 과거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어린 시절의 가정, 환경, 주변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진 경험이 지금의 성격을 만들었지만, 겉모습은 과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이 조금은 공허하여 인간과 대비되는 옥좌대를 그리며 갈증을 해소시켰다.

 

<순환1> 장지에 채색, 130.3×97.0cm, 2019.

– 산소가 생겨나는 과정. 북극에 있는 빙하가 수천 톤 깨진다. 규조류들은 바닷속에 떨어진 빙하들을 먹는다. 규조류들이 죽으면 점층적으로 쌓여 물에서 땅으로 변한다. 그 땅은 건조하기때문에 땅이 갈라지고, 바람의 영향으로 황사를 일으켜 열대우림 쪽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식물이 생겨나고 자라며 더 큰 열대우림을 만듦으로써 산소가 형성한다. 만들어진 산소는 대기속으로 상승하여 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으로 변하고, 이 오존층의 보호로 또다시 미생물이 생겨난다.

이렇듯, 순환이다. 순환을 강조하기 위해 전체적인 형태를 ‘0’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식물로 표현하였고, 미생물부터 시작하는 것을 담기 위해 뿌리 쪽과 식물 줄기를 미생물로 표현하였다.

 

<순환2> 장지에 채색, 116.7×91.0cm, 2019.

– 연결의 순환성. 동물이 물고기를 먹으면, 그 동물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사체를 땅에 버린다.

기생충들은 그 사체를 흡수해 에너지를 받고, 나무는 그것을 비료로 삼는다.

그 비료가 에너지가 되어 나무는 우리에게 산소를 제공해주고, 우리는 흡수한다.

 

<순환3> 장지에 채색, 91.0×72.7cm, 2019.

– <순환1과 동일>

 

<cage> 장지에 혼합재료, 162.2×130.3cm, 2019.

– 우리는 새장 안에 있는 새가 답답할 거라고 상상한다. 그렇다면 새는 그런 인간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창문 안에 있는 인간은 항상  갇혀 있다고. 시점은  새장 안에 있는 새의 시점이지만, 우리도 결국 같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작품을 보는 관객의 시점은 그 새와 같이 갇혀있다.

 

<Firest Kiss> 순지에 채색, 72.7×60.6cm, 2017.

– Las Vegas에서   하는 쇼 <Zumanity>의 한 장면이다.두 여성의  몸이 물 속에서 스치고, 엉키고, 교차하며 교감을 한다.둘은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감정을 나눈다. 첫키스의 느낌을 표현 한 것이다.

 

<nature> 장지에 분채와 호분 , 116.7×91.0cm, 2018.

– 달리는 버스에서 구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테두리와 모양은 조금씩 변하지만 본질은 여전하다.

다른 무엇들도 같다. 같은 바람결은 없듯이, 어떤 것에 의해 작용을 받아 표면적인 것이 변할지라도 본질은 그대로인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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