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배 개인전 도예명장 重山 김흥배 달 항아리전

김흥배
2021 02/17 – 03/01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백색의 고운 빛깔이 참 탐스럽게 열렸다. 복스럽게도 생겼다. 밤하늘의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김흥배의 달항아리다. 김흥배는 하늘에 뜬 달을 땅 위로 건져내어 매번 다른 달을 짓는다. 이것을 그는 ‘달던지기’라고 말한다. 예부터 달은 소원의 상징이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천하를 밝히는 영롱한 빛 속으로 다산과 풍요의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김흥배에게 달은, 항아리의 입을 빌려 일상의 생활품으로 내려앉았다.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는 20세기에 들면서 동서양을 막론하여 실용품 이상의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한다. 오늘날 달항아리는, 항아리라는 물체가 지닌 고유성과 정형화될 수 없는 비정형의 순수함이 일궈낸 하나의 예술품이다. 몸통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각각 따로 만들어 붙인 후에 전체 형태를 다듬는 김흥배의 달들은, 때문에 저마다 각기 다르며, 온전하게 둥근 항아리로 제작되기 어렵다. 게다가 1300도의 가마의 열기 속에서 항아리 내부의 무게 및 장력과 고열을 견디지 못해 변형된다. 하지만 오히려 몸통의 이음새의 불완전함이 범접할 수 없는 완전함의 극치를 내뿜는다.

   2017년 여주시 도예명장 제6호로 선정된 김흥배는 달의 구원이자 마음을 빚는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의식하지 못할 새 백색의 향기에 매료되는, 즉 감각의 전이가 태동한다. 김흥배의 달 속에서 내면의 달이 차오른다. 마음의 달항아리가 입을 찢는다. 마치 순산하기 직전의 배를 연상시키는 항아리 안에서 우리 내면의 수태(受胎)가 발생한다. 관람객은 달을 통해 자기 자신 안의 대응물을 발견한다. 대응물을 본다는 것. 달항아리는 이것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달려 있다. 일종의 가상의 내적 공간이 열리며, 내면으로 통하는 세계가 확장된다. 달을 던지는 행위가 일상의 시공간을 초월하여 타자를 부르는 모종의 ‘생성’과 같다. 이렇듯 관람객 내부를 방문하는 김흥배의 손길 안에서 소우주가 피어난다.

   하나의 달항아리가 만들어지기까지 그것의 작업과정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우연과 변수 그 자체가 우리의 삶,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의 실체를 드러낸다. 둘도 아닌 단 하나의 달항아리를 잉태하여 손수 제작하는 매 순간에, 대우주를 관통하는 진선미가 녹아든다. 그것은 기술력의 법칙과 원리를 제공한 지적 능력인 ‘진’과 장인 정신(匠人精神)이라는 견고한 의지로서의 ‘선’, 마지막으로 미적 감성이라는 ‘미’의 결과물이다. 결국 진선미라는 삼위일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탄생한 예술이다. 그럼에도 관람객 앞에 한아름 펼쳐진 김흥배의 달은 지극히 원초적이며, 마치 생명의 시초를 알리는 시원적 존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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