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책 개인전 守虛靜 道自然

사책
2023 06/14 – 06/19
2 전시장 (2F)

守虛靜 道自然

 

전통 중국화는 ‘형상미’를 최고의 경지로 여기지 않고 철학이 담긴 독특한 심미를 추구하여 회화 예술에 자연 만물의 본질 및 상태를 함께 연결함으로써 정신적인 깊이와 생명의 숨결을 부여한다. 이러한 예술적 추구를 ‘관(觀)’이라는 방식 하나 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품(品)’과 ‘오(悟)’를 더해야 비로소 참되고 요원하지만 필히 거쳐야 하는 길로 통할 수 있다.

사책의 작품을 보면 전통 회화 기법을 익혀서 활용한다는 점에서 공필화조화에 대한 그의 전승과 창신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현대 화조화에 대한 이해도가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는 작품에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표현하고 철학 사상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다. 그에게 있어 ‘허정(虛靜)’은 중국화 최고의 경지이며 고전적인 ‘정아(靜雅)’의 심미 이념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책은 송대(宋代) 화조화에 엄청난 열의를 보였고 특히 ‘형사격법(形似格法)’을 갖춘 송대 원체화(院體畵)를 주목했다. 그가 그린 생동감 넘치는 참새나 산비둘기, 백로, 잠자리, 나비, 사마귀 등은 모두 송나라 원체 기법을 취한 것이다. 이들은 나뭇가지에 머무른 채 무언가를 주시하거나 특정한 시공간에 배치되어 명상을 하고 있는 듯하거나 꽃밭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기도 하고 잔잔하게 물결이 일렁이는 냇가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각기 다른 자태로 살아 숨쉬듯 생생한 모습을 보인다. 엄격한 필법과 사실적인 조형으로 인해 화면이 생기발랄한 기운을 발산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책은 무분별하게 송원체 공필화법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그는 청대(淸代) 운수평(惲壽平)의 몰골화법을 결합하여 형신(形神) 겸비를 중요시했다. 또 한편으로는 작품이 품고 있는 참신하고 우아한 서권기에 적절한 여백 처리가 더해지면서 공령하고 심오한 심미 의경(의경)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물새를 그린 작품들을 보면 한겨울을 보내는 메마른 나뭇가지나 자욱한 회색 안개 등 아득하고 창망한 야취(野趣)를 띤 이미지가 눈에 들어오면서 정적과 음울의 미학적 의미가 투영되고 ‘허정(虛靜)’의 효과가 화면 밖으로 까지 이어진다. 고요하면서 어지럽고도 담담한 이 모든 것들은 어떤 속임수나 작위적인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대신에 생명 본연의 기운(氣韻)이 자연스럽게 유동하고 수(水)∙묵(墨)∙필(筆)이 종이 위를 오가면서 이를 드러낸다. 이러한 작품이 품은 의미는 꽃이나 새, 물고기, 벌레 등과 같은 물상을 재현한다는 그런 단순한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속에 담긴 공령한 기운이나 분위기는 천상의 소리를 내는 꾀꼬리나 못 위에 핀 연꽃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속세를 벗어난 전원시가이자 평담(平淡)과 천진(天眞)의 이상향을 쫓는 작품이다.

사책의 예술적 소양과 창작 수준이 꾸준히 향상되기를 바라며 언제나 근면하게 사고하고 민첩하게 행동하여 회화 예술의 길을 더 멀리 내딛기를 바란다.

 

중국예술평론가 유초인(劉楚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