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경 개인전

송미경
2019 05/15 – 05/20
2 전시장 (2F)

송미경의 근작전

 

다양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원형의 이미지

 

신항섭(미술평론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추상작업은 한마디로 내면적인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의식 및 무의식이나 감정의 흐름이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까닭이다. 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성에 따른 우연적인 표현도 추상적인 언어의 하나이지만, 표현행위의 과정에서 의식 및 감정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어떤 이미지의 추상 언어이든지 현상계와는 다른 인간의 내면의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송미경은 오랜 동안 구상적인 이미지로 작업해왔다. 현실에서 취재한 풍경을 재해석하거나 비구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초기에는 사실묘사를 중심으로 하는 작업을 해왔으나, 점차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생략하는가 하면 재해석하는 등 주관적인 조형세계를 추구했다. 보이는 사실에 얽매여서는 개별적인 형식미는 요원하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지 싶다. 잘 그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 다르게 그려야한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순수추상과 만나기 이전까지는 다양한 조형적인 모색이 이루어졌다. 최근 추상작업이 어떤 충동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오랜 조형적인 고뇌의 한 결과물이라는 사실도 이에 근거한다.

어쩌면 추상작업은 시기적으로 대전에서 부산으로 생활 근거지가 바뀌면서 일어난 변화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전부터 추상작업을 해야겠다는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 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 중심으로부터 좀 떨어진 곳에 작업실이 있는데다가 부산에는 교류할 만한 작가가 없다. 고립된 섬처럼 고적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다가 혼자 있는 일에 대해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않는 성품이다. 이래저래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러한 내외적인 상황이 추상세계로 들어가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부산생활은 이제까지 밖으로만 집중해온 시선을 자신의 내부로 향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일 터이다. 이제까지 살펴보지 못한 나 자신의 존재성은 물론 삶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과 마주하게 되었음직하다. 사색이나 사유의 전개는 필시 나와 세상의 관계로부터 발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나로부터 시작된 사유의 전개는 가족을 비롯하여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자연과 우주로 그 범위는 점차 확장되기 마련이다.

거기에 덧붙여 예술, 아니 미술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이 꼬리를 물면서 궁극적으로는 삶 그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귀결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유의 단계 및 과정을 통해 추상적인 언어의 지표를 설정하게 되는 것이리라. 이 과정에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원이었다. 달을 연상시키는 둥근 이미지의 원에서 추상세계의 해법을 찾은 것이다.

수학적으로 원은 평면 위의 한 점으로부터 등거리에 있는 점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도형을 말한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원은 한정된 우주를 의미하고, 태양계의 움직임에 따른 대자연의 순환을 상징하며, 생명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질서를 은유한다. 원은 꽉 찬, 완전한, 온전한, 안전한 정서를 내재한다. 다시 말해 우주 및 태양 그리고 자연의 순환계를 압축한 도형인 것이다. 동양에서는 음양오행 사상의 근본적인 태(態)이자 음양의 이기를 품은 생명의 시원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원이다.

태양과 달의 이미지를 함축한 도상으로서의 원은 회화에서 흔히 쓰이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기하학적인 추상이나 음양의 이미지, 또는 구성이나 은유, 암시, 상징적인 내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가 취하는 원의 이미지는 외견상으로는 도상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작품마다 거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의 이미지는 기하학적인 완전함에서 조금씩 벗어난 불완전함을 지향한다. 조금은 이지러진 채 둥실 공중에 떠 있는 형상이다. 이처럼 불완전한 원의 이미지는 안정적인 화면비례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시각적인 압박이 느껴질 정도의 크기가 화면을 압도한다. 원형의 이미지는 점이나 선과 같은 부수적인 이미지도 거느린다. 여기에서 원은 함께 하는 여러 가지 모양의 이미지를 주도하는 입장이다. 원과 부수적인 점 몇 개 또는 선 몇 개가 전부일 뿐인데도 허전하지 않다.

이렇듯이 지극히 단조로운 이미지의 구성임에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역시 원이라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포만감 때문이지 싶다. 그 존재만으로도 꽉 찬 듯싶은 시각적인 온전함과 통일감은 화면 구석구석까지 남김없이 채운다. 이것이야말로 원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호소력이자 조형의 요결이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원은 태양이거나 달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태양이나 달은 전통적인 회화에서 흔히 쓰이는 도상으로서의 상징성을 내포한다. 이렇게 보면 원형의 이미지는 기하학적인 개념과는 다른, 다시 말해 순수추상이 아니라 구상적인 요소를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개념적이거나 사념적인 소산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지 우주 또는 대자연에서 그 영향을 받은 것이기에 그렇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이지러진 원의 이미지는 원과 관련한 다양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조류나 파충류의 알 그리고 인간의 모태인 자궁도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들 알은 생명체의 근원으로서 가장 완전하고 온전하며 안전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씨앗을 품고 있는 각종 과일도 원형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생명체의 씨앗을 품고 있는 과일은 그 원형의 이미지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조류나 파충류의 알도 그 모양새가 탓할 데 없이 아름답다. 한마디로 이들 생명체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비례를 가지고 있는 조형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가 보여주는 일련의 원형의 이미지가 지적사고의 산물이라고 할지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자연에서 그 영향을 받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인간의 사고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식과 경험에 의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에 의한 의식의 현현일 수 있다. 그러기에 원형의 이미지는 결코 우연의 결과라고 할 수 없다.

그는 원형에 테(선)를 두르고, 채색을 입히며, 모양을 이지러뜨리는가 하면 배치와 구성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전제로 하는 자유로운 조형의 변주로써 원형이라는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단순함을 극복한다. 원형의 이미지가 하나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두세 개가 함께 어우러지기도 한다. 하나에서 복수가 되는 순간 스토리가 생성한다. 두 개의 원형의 이미지는 개체끼리의 만남이다. 서로 다른 개체가 만남으로써 사랑을 비롯하여 화목, 화합, 조화, 신뢰, 대립, 긴장과 같은 정서가 발생한다. 두 개체의 만남으로 인해 관계가 형성되고 그로부터 음양의 조화로 인해 벌어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두 개의 원형의 이미지가 함께 함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정서가 형성된다. 두 원형의 이미지는 연인처럼 보이는가 하면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또는 친구와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관계로서의 이미지에 근사하다. 지극히 간결하고 단순했던 원형의 이미지에는 이처럼 놀라운 잠재력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기하학적인 개념의 원이 아니라, 지적사고에 의해 불려나와 감정을 표현하는 독립된 개체로서 훌륭히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원에 덧붙여 점과 선 그리고 사각형 형태의 이미지들을 배치하여 구성적인 아름다움과 의미를 지어낸다. 내면적인 풍경으로서의 이미지에 합당한 구성이다. 하지만 원이나 점, 선 그리고 사각형과 같은 이미지들은 그 형태에서 어눌하게 보인다. 형태적인 명확함을 경원하듯이 어딘지 부족하고 어눌하며 서툴러 보인다. 완성이 아니라 미완성을 지향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어차피 현실에 존재하는 상이 아니라 마음속의 상이기에 애매하고 모호하게 표현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지극히 간결한 이미지 및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에는 이처럼 풍부한 의미와 시각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 일상적으로 친숙한 원 하나에서 이처럼 다양한 이미지 및 의미를 도출해내는 그의 조형감각이 신선하다.

 


()미경,

Song(Park) Mee Kyung

 

이화여대 졸업

The Art Student League of New York, Manhattan 에서 수학,

 

개인전 7회(서울 대전 대구)

가나인사아트센터 5인전

 

그룹전 120 여회

 

국제전

미국ㅡWashington 전 (Korean Cultural Center)

한국ㅡ필리핀 60주년기념초대전

Sapporo 눈꽃축제전

 

Seoul Art Show 2014

2012 Korea Art Festival

A&C Art Fair Seoul 2011

Daegu Art Fair 2009

 

현재: 한국미협, 대한민국창작미술협회, 대전구상작가협회, 대전여류작가회, 미연회,

E-mail: mkyung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