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무 개인전 정경교융(情景交融)_소나무·회복의 시간

양정무
2020 09/16 – 09/21
3 전시장 (3F)

情景交融_소나무 · 회복의 시간

Interactions between Emotion and Scenery_Pine tree · A Time of Restoration

 

14회 양정무 개인전

  1. 14th YANG, JEONGMU Solo Exhibition

 

갤러리인사아트

Gallery Insa Art

2020.9.16.-9.22


정경교융(情景交融)_소나무·회복의 시간

14회 양정무 개인전 / 갤러리인사아트 / 2020.9.16.-9.22

가끔 나는 나를 바라본다.

대부분이 괜찮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는 엉망진창이다.

나를 무질서하게 만드는 속된 습성들이 골수에 녹아있다.

스스로 의지와 노력으로는 결코 바로잡을 수 없는 것들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무질서한 행위들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또 행복하다. 그리고 계속된다. 마침내 이 모습이 내가 된다.

 

그러다가 새벽이 되면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나의 모습이 일그러져 있다고 속삭여준다.

은은한 새벽안개 저편 어딘가에서 소리 없는 바람을 타고 그 속삭임이 내 안에 들어온다.

 

지금의 내 모습이 있기 전 원래 나의 형상을 보여주는 영이 찾아온다.

영이 내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오라고 손을 내민다.

그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으나 지금의 나보다 크고 지금의 나보다 아름다운 것 같다.

 

내 안의 무질서 함은 이 손길을 뿌리치고 싶다.

내 안의 내가 원하는 길을 걸어가고 싶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내 마음이 이끄는 데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주로 내가 느끼는 데로 걷는다.

그곳에는 내 마음의 바람 만큼 만족이 있다. 그리고 이내 허무함으로 변한다.

 

가끔 나도 깨닫지 못한 채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때가 있다.

어제, 나의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찾아왔다. 나를 멈추게 했다. 내 목적은 사라졌고 하루 동안 멈추고 눈을 감고 있었다.

오늘, 내 생각이 있다. 그런데 사건이 생긴다. 내 생각보다 그 사건 안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내 생각이 바뀌고 있다.

내일, 나의 계획이 있다. 그런데 친구가 함께 가자고 한다. 친구의 생각과 함께 발맞추려면 나의 계획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걸어와 내가 서 있는 곳은 누군가가 데려다 놓은 곳에 있게 된다. 혼자서는 올 수 없었던 곳에 와있다.

그곳에는 내가 원했던 곳은 아니다. 그곳에는 왠지 낯선 만족이 있다. 실망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감사로 바뀐다. 신비롭다.

 

하루하루가 나를 새로운 자리로 데려가는 손길이 느껴진다.

 

희한하게도 내 마음대로 걸어간 곳에서는 쾌감은 있었지만 기쁨은 없었다.

그곳에는 나만 바라보게 되고 바람과 달과 안개와 숲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러나 영에게 이끌려 간 곳에는 때때로 힘겨우면서도 원인 모를 기쁨이 있다.

나만 바라보지 않고 주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보인다.

무엇보다 나의 일그러진 내면에 조금씩 질서가 잡히는 것 같다.

 

혼자서 걸을 때는 수시로 곁길로 빗나간다.

그러나 안개가 나를 멈추게 하고 바람이 나를 밀고 친구가 함께 갈 때는 무질서했던 내 걸음이 때에 맞는 속도와 가야만 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게 된다.

더 늦은 것 같지만 더 빠르게 도착한다.

그곳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곳이지만 내가 예상한 곳보다 훨씬 아름답다.

그곳에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춘 소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 안의 무질서 함은 허상을 탐닉하는 내 마음의 안일함이자 나만을 고려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낳은 욕망이다.

허상을 탐닉할 때 내 모습은 냉소적이고 야박하다. 차갑고 거칠다.

그러나 나에게 내미는 손을 잡고 영과 함께 할 때면 내 심장 소리가 들리고 마음이 온유해지는 것을 느낀다.

소나무를 화폭에 담고 있는 오늘 이 새벽, 안개 속 솔이 내게 속삭인다. 인내함으로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그려보라고…

_(2020년 9월.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