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기 박사학위 청구전 진의

왕위기
2018 12/19 – 12/24
3 전시장 (3F)

神似의 彩墨표현방법 연구

왕위기

본인의 논문연구 주제는 神似의 채묵표현 방법 연구이다. 周代人은 “無形者, 形之君也”이라 하였다. 보이는 형상보다 보이지 않는 형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80년대 중국에서는 현대수묵화에 대한 다양한 변화 시도가 있었다. 많은 화가들이 재료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필림, 부직포, 플라스틱, 유리. 모발등을 사용하였다. 꼴라주 방법도 응용되었다.
연구자도 학부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하였기 때문에 동양화 필묵기법만을 고집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석.박사과정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神似라는 개념에 관심이 가지게 되었고 周代人의 無形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본 연구자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림은 사물에 대한 개인적 이해와 感受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은 현재 연구자의 感受표현이 가장 나다운 것일 것이다. 그러나 感受표현을 어떻게 할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본인은 神似의 개념을 개인적 感受로 새롭게 해석해 보고자 하였다. 그림 소재는 동물과 태호석으로 정하고 본인의 시각으로 신사를 표현해 보고자 하였다. 표현기법은 동양화의 전통방법인 沒骨, 撞水, 撞色을 기본으로 하고 본인만의 방식으로 응용하여 彩墨을 중첩시키면서 입체적 형상을 만들고자 하였다.

몰골과 당수, 당색의 방법은 물의 조절이 매우 중요한데 연구자는 수많은 반복실험을 통하여 수분의 장악방식을 터득하였다. 그리고 潑墨의 번짐을 응용하여 무늬를 만들었다. 동물그림에서 이런 번짐의 무늬는 동물에 투영된 연구자의 다양한 感受표현으로 사용되었다.

2018년 이후는 太湖石을 소재로 그렸다. 태호석은 蘇州지역만의 돌로써 그 특별한 정감-눈물이 흘러내린듯한 표면의 건조한 질감, 구멍이 숭숭뚫린 몸체로 이전부터 문인들의 정원석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연구자는 태호석에서 우주의 千變萬化를 읽었으며 그러므로 하나의 그림소재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추상의 방식으로 형태를 해체하고 화면에 재 조립하면서 태호석을 통하여 우주만물을 바라보는 연구자의 개인적 感受를 대입해 보았다.

즉 본인의 연구는 神似의 개념을 동물과 태호석을 매개로 개인적 感受를 몰골과 당수, 당색을 본인만의 채묵기법으로 표현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왕위기-개인적 정감으로본 神似의 세계

장정란(미술사. 문학박사)

왕위기의 그림은 神似를 목표로 한다. 동양회화에서 神似는 눈에 보이는 사물형태의 재현이상을 넘어 본질적 요소를 드러내는 것이다. 일찍이 위진시대 고개지(顧愷之)가 그림은 형상을 통해 본질을 드러내는 것(以形寫神)이라고 피력한 것이 이후 문인화의 다양한 논의에 기본이 되었다. 이후 常理, 寫意, 不似之似등으로 확장되어 다양한 격조의 그림들이 탐구되었다.

왕위기가 추구하는 神似가 다른점은 개인적 情感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희노애락이 형상을 통하여 발산된다. 왕위기의 주요 그림소재는 동물과 太湖石이다. 이 소재를 단순히 形似의 표현이 아닌 자신의 정감으로 바라본 神似의 세계를 구현한다.

동물그림은 강아지와 말이 있다. 정감표현을 위해서 선택한 기법같은데 沒骨法과 撞水, 撞色法의 운용으로 다양한 기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동물그림을 그릴 때 筆線보다는 완성된 形象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형상은 몰골법과 당수법을 응용하여 한번의 붓질로 완성한다 이후 여러번 중첩으로 칠하여 명암을 주면서 입체적으로 하여 실체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강아지나 말(馬)이라는 실체성은 주지만 그 이상의 정감이 있는데 이런 기분을 몰골과 당수기법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 왕위기 그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강아지그림을 보면 다양한 표정으로 그려지고 있다. 슬픈 눈동자로 하늘을 올려다 보거나, 가만히 정면을 노려보거나, 바닥에 몸을 깔고 쉬고 있거나. 혀를 내밀거나, 복잡한 표정을 하고있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강아지를 통해 작가의 세상에 대한 다양한 정감을 드러낸다. 정면을 엄숙하게 응시하고 있는 강아지의 水墨이나 彩墨은 강렬하고 업드려 쉬고있는 강아지는 淡墨과 淡彩의 기조로 칠하고 있다. 감성에 따라 수묵과 담채의 강도가 조절되고 있다. 또한 수분의 적절한 응용을 통하여 증발과 침전의 정도를 고려하며 강아지의 정감을 다양한 층차의 彩墨으로 그려내고 있다.

태호석의 작품을 보면 작가가 태호석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생물인 태호석에도 다양한 정감을 담았다. 돌(石은) 일찍이 산수화의 기본 요소이기도 하고 수많은 세월의 풍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문인들의 그림소재로 사랑을 받았다
북송 문인화가 米芾은 독특한 돌을 만날때마다 절을 하고 형님으로 모셨다는 일화가 있다. 미불만이 아니라 문인들의 사군자 그림에는 보조경물로 태호석이 많이 애용되었다. 태호석이 가진 표면의 건조함이나 몸체에 여러 형태의 공간(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그 자체로도 미학적 대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虛實론에 기반한 이원론적인 동양의 미학사관에서 사군자류의 식물의 부드러움과 대치되는 건조함과 기이함의 조합으로 적합한 소재였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왕위기 그림에서 태호석은 메인 소재로 독자적으로 등장한다. 표현형식도 추상이다. 태호석의 특징인 메마른 건조함과 여러개의 구멍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형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태호석이 하나의 덩어리로 화면 한쪽에 배치되고 바탕의 空白부분이 더욱 점유된 그림도 있고 화면의 절반씩 虛와 實이 배분된 그림도 있다.
최근의 태호석 그림은 돌이라는 하나의 덩어리가 점차 해체되어 화면에 꽉 차게 배치되는데 태호석 구멍은 濃墨으로 칠하여 오히려 實로 보이고 실체적 돌의 몸체는 희게 남겨저 虛가 되는 독특한 표현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태호석은 하나의 또다른 미학적 대상으로 창조되고 있다. 虛와 實로 운용된 추상이라는 점에서 서양의 추상 방식과는 다르다.

이상으로 보면 왕위기가 추구하는 그림은 동양적 境界이다. 강아지 그림에 작가의 개인적 정감을 담거나 태호석을 조형적 대상으로 해체하는 것은 전통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以形寫神의 관점으로 새로운 해석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문인들이 神似를 우주자연의 본질에서 찾았다면 왕위기는 개인적 정감으로 그려낸다. 그 정감을 전통적인 彩墨방법인 몰골과 당수, 당색법으로 드러나게 한다는 것이 왕위기 그림만의 특별한 스타일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동양회화의 새로운 현대성을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가 만개해 있고 동,서양의 미술형식이 혼재한 지금, 神似라는 동양회화의 정체성에서 그림의 주제를 찾고 전통적인 채묵법을 활용하여 이 시대의 새로운 조형방법을 추구하는 왕위기의 그림은, 현대 동양화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畵路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