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개인전 마음 속 해와 달을 찾아서

이은영
2023 11/22 – 11/27
3 전시장 (3F)

작가노트

작업의 시작은 수년을 함께하고 있는 선인장의 웃자람이었다.

하루하루 옆으로 꺾이는 각도가 커져 방도를 찾아보지만 선인장을 잘라 뿌리내리는 방법만이 검색되었다. 선인장의 몸을 자르기 싫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만 알고리즘은 접목하는 사진과 영상으로 이어졌다. 웃는 얼굴로 선인장을 날카로운 칼로 잘라 다른 선인장과 묶는 모습에서 잔혹함이 느껴졌다. 생존을 위해 선인장을 접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의 미감을 충족시켜 상품화하기 위해 행해진다. 특이하고 아름다울수록 고가로 거래된다. 접목 선인장이 만들어지는 영상을 보며 사회가 정한 조건과 요구, 타인의 시선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었던 모습들이 오버랩되어 울렁거렸다.

그러한 불편한 감정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그 기저가 무엇일까 했을 때 욕망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바라는 것을 찾기보다는 정해진 틀 속에서 평가받으며 경쟁하였다. 좋은 대학과 직업, 연봉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이라 평가받는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분주하였다. 인터넷의 발달로 자본주의 시장의 흐름과 타인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면서 보이는 것에 더욱더 집착하고 타인과 비교, 평가하며 편견에 강해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내부 의지보다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채워지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무능과 열등감으로 인한 불안과 초조, 절망 등의 씁쓸한 감정으로 좌절하기도 하였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여전히 그 경계를 넘나들며 소란한 감정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선인장은 작품의 영감을 가져다준 매개체이자 전시 주제인 욕망을 상징하는 소재이다.

건조한 열대 사막의 환경에서 자신의 잎을 가시로 변형시키고 강렬한 태양을 향해 손을 뻗으며 단단한 땅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강한 생존 에너지를 가진 욕망의 생명체로 해석하였다.

초기 구상 단계에서는 욕망을 탐욕에 가까운 욕구로 인식하였다. 날카로운 가시와 기괴한 형태로 접목된 선인장을 통하여 비릿한 욕망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작품이 진행될수록 욕망은 삶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경직된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 성장하는 하나의 유기체로 추구하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전환하여 내부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다움을 찾아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풀어나가고자 하였다. 점차 날카롭던 가시는 뭉뚝해지고 없어지기도 하며 뿌리는 더 길고 풍성해졌다.

 

작품들을 마무리하며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날 것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된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진다. 때로는 점점 높아지는 안목에 비해 어설픈 재능을 부여잡고 지질한 감정들을 견디는 것이 작업보다 더 고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을 더 깊게 탐구하고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고 삶을 대하는 나만의 태도와 속도를 갖추어가는 과정이었음에 의의를 부여한다.

 

나의 그림이 감상자의 경험과 포개어져 또 다른 새로운 감정과 생각들로 이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