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연 개인전  Sea, It`s my life

이희연
2025 10/15 – 10/20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이희연 _ Sea,  It`s my life

태풍이 해안에 상륙한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카메라 장비를 챙겨 밤길을 달려 바다로 향한다. 바다는 아직 짙은 어둠에 파묻혀 있고 모든 것이 잠든 듯 고요하다. 여차하면 물속에 들어갈 요량으로 장화를 신고, 카메라를 손에 쥔 채 동트기를 기다린다. 오늘 바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잔잔한 속삭임 속에 숨어 있는 폭풍의 예고일지, 아니면 무시무시한 파도의 출현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밀려온다. 어둠 속에서 바다가 어떤 얼굴을 드러낼지 모르지만, 그 미지의 힘에 끌려 한 걸음 더 바다에 다가선다.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한 살아 있는 자연의 역동성에 몸과 마음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떨림이 일어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 순간을 기다린다.

이희연은 흔히 볼 수 있는 평안하고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차별화된 바다의 또 다른 얼굴을 찾아보고자 했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바다, 눈보라가 휘감는 겨울 바다, 태풍이 몰려오는 그 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인 바다를 사진에 담았다. 거친 바다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장엄함과 아이러니하게 그 이면의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요동치는 파도 속에서 짙은 구름으로 하늘과 바다의 구별이 모호한 가운데서 그는 고요를 발견했고 위안을 얻었다. 그에게 바다는 피난처이자 안식처였다. 지난했던 삶의 굽이굽이마다 바다를 찾았던 15년간의 여정이 오롯이 사진에 담겼다. 그것은 기록이 아니라 응시이자 치유였으며, 자연의 원초적 힘과 미스터리가 가득한 바다를 마치 전투하듯 열정적으로 사진에 담아낸 한 사진가의 예술이 남긴 흔적이다.

최병관 (상명포토아카데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