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개인전 有에서 無, 無에서 有

정진영
2026 05/13 – 05/18
3 전시장 (3F)

작품은 유(有)에서 무(無)로, 그리고 다시 무에서 유로 이어지는 흐름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한다. 형태를 가진 것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사라지며, 비어 버린 공간에는 그와 맞물려 새로운 형상이 다시 태어나는 듯이 나타난다. 이때의 무는 단순한 공허나 부재로만 한정되지 않고, 또 다른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상태, 곧 잠재성으로 이해된다.

눈 덮인 겨울 풍경은 이러한 순환을 가장 조용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새하얀 설원은 모든 것을 덮어 비워 버린 듯 보이지만, 그 한편으로는 새로운 존재가 시작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 사상과 닿아 있다. 공은 단순히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것들도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작품에 담긴 비워진 풍경과 고요한 형상들은 사라짐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생성의 징후이다. 결국 이 작업은 비움과 채움, 소멸과 생성이 서로를 감싸며 이어지는 세계, 그리고 그 순환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가능성을 담아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