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개인전 끝이 아닌 순환

정진영
2023 06/07 – 06/12
2 전시장 (2F)

끝이 아닌 순환

 

’죽음의 공포는 죽음 그 자체보다 더 두렵게 만든다. _라틴 속담‘ 통상적으로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죽음의 의미를 “끝” 으로 표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양 철학적으로 죽음이란 불교와 같은 인도계통의 종교의 윤회 사상에 중점을 두어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윤회 사상에 기반한 죽음은 죽은 이가 생(生)을 다하여 또 다른 생(生)을 이어나간다는 “순환”의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추억하면서, 죽음은 동양 철학적 의미인 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필자는 작품을 통해 죽음에 관한 순환을 표현했다. 신월에서 초승달로 변화하는 달의 위상은 누군가의 일생이며, 동시에 주기를 갖는 달의 위상은 죽음의 순환을 보여준다. 달 위에 그려지는 눈동자는 죽음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동자로, 달과 눈의 조합을 한 형상(이하 “달 눈”)은 누군가의 자아이다. 필자는 여러 형태의 “달 눈”을 통해 다양한 죽음의 시선과 순환의 순간을 표현했다.

 

죽음에 대한 기억 또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증발하는 듯한 추억과 기억을 되새기려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지심리학적으로 기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식과 간섭 등 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중한 이의 부재는 일상에서 작은 변화로 시작되어 소중한 사람의 물건, 소중한 사람과의 기억 등은 불변하지만, 소중한 사람의 부재로부터 오는 상실감을 겪는다. 이러한 상실감 속에서 우리는 증발되는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되새기고 기억하려 노력한다. 필자의 작품은 그러한 이들에게 죽음의 끝이 아닌 순환의 의미를 전달하며 마음의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대표작 설명

기억의 증발_116.8 x 72.7cm_광목에 혼합재료

작품설명 : 죽음은 끝이 아닌 순환이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다면 애써 그 사람의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은 서서히 증발되어가는 것 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왜 일까? 생각해보았다.

소중한 이가 내 곁에서 없어지면 일상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소중한 이의 기억, 추억, 물건 등 많은 것들은 그대로인데 그 사람만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기억은 죽은 이를 떠올릴 때 서서히 증발되어 가며 우린 애써 그 기억을 놓지 못해 더욱 떠올리려 한다.

 

명주실이 서서히 끊어져 가는 것을 그려 누군가의 생명이 다함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깨져버린 달의 조각 또한 기억의 조각들로, 어떻게든 기억을 붙잡으려 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가장자리의 다양한 선 또한 많은 기억들 사이 증발되어 가는 기억들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죽음은 끝이 아닌 순환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