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개인전 유현(遊玄)

최진영
2026 05/27 – 06/01
3 전시장 (3F)

 유현(遊玄)

 

본 작업은 자오(自娛)의 태도를 바탕으로, 내면의 감응과 움직임이 화면 안에서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자오는 외적 목적이나 평가에서 벗어나 자기 내면의 감응과 즐거움을 통해 이루어지는 창작 태도이며, 본 작업은 이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

 

수묵의 번짐과 침전, 스며듦과 벗겨냄의 과정은 생성과 소멸 사이의 상태를 탐색한다. 한지의 다층 구조 안에 먹이 남기고 사라지는 흔적의 시간성을 축적하며, 우연과 비계획성을 수용하는 과정 속에서 심적 움직임과 생명의 흐름을 드러낸다.

 

작업은 부유하는 해파리의 수축과 이완, 흐름과 응집에서 출발한다. 원시 생명체인 해파리는 단순한 신경망과 본능적인 움직임을 드러내며, 머리와 다리, 촉수의 상호 의존적 구조는 공통성과 분화의 원리를 바탕으로 근원적 질서를 묻고 있다. 이는 특정 생명체의 재현을 넘어 생성 이전의 감각과 생명성을 드러내는 심상으로 작동한다.

 

화면 안에서 먹은 하나의 재료라기보다 움직임의 기록으로 작동한다. 긴 붓의 흔적과 무규정적인 행위는 우연과 통제를 교차시키며, 발산과 침전, 펼쳐짐과 머묾 사이의 균형을 형성한다. 또한 현색(玄色)의 층위 안에서 생성과 소멸, 응집과 발산이 공존하는 상태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회화와 함께 전개되는 설치 작업은 이러한 감각을 공간으로 확장한다. 형상이 비워진 자리에는 기운의 흔적과 감각의 구조만이 남으며, 이를 통해 회화를 하나의 평면적 재현이 아닌 형상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사이의 상태를 구조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