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쉐칭 개인전 ILLUSION OF SENSATION;

취쉐칭
2026 04/15 – 04/20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ILLUSION OF SENSATION;
《감각의 착각》연작의 창작 배경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문화적 경계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 작업의 사유적 배경에는 동양적 문화 환경에서 형성된 인식 방식과 서양 현대 미술 이론이 함께 자리한다. 여기서 말하는 동양적 사유는 특정 고전 개념의 직접적인 적용이라기보다 세계와 신체, 현실과 환상 사이의 관계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관계와 긴장 속에서 이해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이러한 인식은 현대 미술 이론의 맥락 속에서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와 연결되며, 감각을 신체를 관통하는 힘으로 이해하는 관점과 접점을 형성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감각의 착각》은 신체와 감각, 그리고 지각의 관계를 회화적 형식으로 탐구하는 작업이다.
 

회화 시리즈 《감각의 착각》은 환상을 중심으로 행복감과 동시에 허무함을 불러일으키는 모순된 감각의 경험을 탐구한다. 화면 속에서 자연적 요소와 인체의 형상은 색채 속에 잠긴 상태로 등장하며, 서로 다른 구도와 시점 속에서 분절되고 다시 결합한다. 인체는 안정된 형태로 고정되지 않고 뒤틀리거나 부분적으로 해체된 상태로 나타나며, 이러한 변형은 감각이 신체 위에서 작용하는 긴장을 드러낸다. 관람자는 이러한 장면을 통해 현실과 환상이 분리되지 않는 심리적 경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 연작에서 중요한 조형 요소는 색채이다. 붉은색과 분홍색을 중심으로 형성된 강렬한 색면은 인체와 공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며, 신체를 색채 속에서 떠오르고 사라지는 존재처럼 보이게 한다. 형광에 가까운 색채의 대비는 화면 전체에 강한 감각적 긴장을 형성하며, 색채는 감각의 흐름을 조직하는 구조적 요소로 작동한다. 이러한 색채의 확산은 인체의 경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신체와 공간이 서로 침투하는 상태를 형성한다.

또한 화면에는 작은 인물 형상, 얼굴의 단편, 기호적 이미지, 선적 드로잉 등 다양한 이미지 파편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하나의 중심 서사를 형성하기보다 기억과 감정, 환상적 이미지가 중첩되는 심리적 공간을 구성한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은 화면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며 시각적 긴장을 만들어내고, 회화는 현실의 재현을 넘어 감각과 기억이 교차하는 경험의 장으로 확장된다.

붓질 역시 중요한 조형적 요소이다. 넓게 번지는 색면과 빠르게 그어진 선적 드로잉은 서로 다른 회화적 리듬을 형성하며 화면 안에서 대비를 이룬다. 색면은 신체의 형태를 흐릿하게 만들고, 선은 다시 그 일부를 강조하거나 재구성한다. 이러한 반복 속에서 인체는 완결된 형태로 안정되기보다 형성과 해체 사이를 오가는 상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조형적 특징은 들뢰즈가 논의한 ‘감각의 논리’와 연결된다. 들뢰즈에 따르면 감각은 단순한 시각적 인상이 아니라 신체를 관통하는 힘이며, 회화는 이러한 힘이 작용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본 작업에서 나타나는 신체의 분절과 색채의 충돌, 그리고 형태의 불안정성은 감각이 신체 위에서 작용하는 긴장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작품이 환상을 다루는 방식은 초현실주의와도 일정한 연관성을 가진다. 초현실주의는 현실의 논리를 벗어난 장면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도록 유도하였다.《감각의 착각》역시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과 접점을 가지지만, 우연적 자동기술에 의존하기보다 정밀한 화면 구성과 시점을 통해 환상을 조직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신체의 변형을 강조하는 방식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와도 비교될 수 있다. 베이컨의 회화에서 인체는 뒤틀리고 압축된 상태로 나타나며,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신체를 변형시키는 것처럼 보인다.《감각의 착각》에서도 신체는 안정된 형상이 아니라 감각의 긴장이 작용하는 장으로 나타난다.

이 작업은 뒤틀린 신체와 충돌하는 색채, 그리고 중첩된 이미지들을 통해 감각의 긴장을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회화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감각과 심리적 경험이 교차하는 시각적 장으로 확장된다.

취쉐칭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