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ami Potential전 Origami Potential

김진우, 박종우, 장용익, 이인섭, 맹형규, 정재일, 한지우, 유태용
2022 11/09 – 11/21
2 전시장 (2F)

‘한 장의 정사각형을 자르지 않고 오직 접기만 하여 대상을 표현한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오리가미, 즉 종이접기라고 합니다. 작가의 표현 의도에 따라 두 장 이상의 종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사각형이 아닌 종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만, 한 가지 불문율과도 같은 것은 종이를 잘라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종이접기는 예술 분야로써는 드물게 수학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종이를 자르는 순간, 이런 종이접기만의 규칙성이 깨지게 됩니다. 따라서 작가들은 원하는 대상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하며, 이런 인고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수학적으로도 아름다운 전개도를 가지게 됩니다.

 

한국의 종이접기는 일본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본은 종이접기의 발상지이며 1300년대에 이미 모두가 익히 아는 ‘종이학’이 전승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현대의 종이접기 또한 일본의 ‘요시자와 아키라’라는 사람에 의해 체계화 되었습니다. 세계는 이런 일본의 노력을 인정하여 일본어인 折り紙(오리가미)를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고 있으며, 영어로도 ‘Origami’라고 표기합니다. 일본과 역사적, 문화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었던 만큼, 한국의 종이접기가 일본의 것과 닮아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이 한 장으로 손톱이나 발톱같이 세세한 부위까지 모두 표현하는 초고난도의 종이접기를 ‘컴플렉스 오리가미’라고 합니다. 이런 개념을 최초로 정립한 요시노 이세이를 필두로 로버트 랭, 브라이언 찬, 카미야 사토시 등의 걸출한 작가들이 계속 배출되며 한국에도 컴플렉스 오리가미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긴 공정을 오롯이 버텨줄 종이조차 없어서 햄버거 용지를 닦아서 접는 등의 눈물 나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거친 결과, 우리는 우리의 전통 종이인 한지의 우수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한지에 풀을 먹여 보풀과 흐물거림을 없애주면 길고 복잡한 공정을 버텨줄 얇고 질긴 종이가 됩니다. 한국의 작가들은 풀 먹인 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점점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한지는 종이접기 인이라면 세계의 누구라도 아는 종이가 됐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을 능가하는 훌륭한 작품들이 국내에서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출판한 책을 일본이 수입해가는 경우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서의 종이접기에 대한 인식은 그저 교육이나 아이들의 놀이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 예술로써의 종이접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라 해도 무방했기 때문에 울창한 숲에 처음으로 길을 뚫는 듯한 막막함도 있었지만, 종이접기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종이접기가 예술의 한 분야이자 성인들의 취미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종이 한 장이 담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

Origami Potential.

그 끝없는 세계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