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종 개인전 Harmony II- 집착과 방하의 조화

모기종
2026 10/28 – 11/02
2 전시장 (2F)

나의 작품에는 황색 계열이 주를 이룬다. 황색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상징성을 지니며, 개인에 따라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색이다. 서양에서 노랑은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비겁하고 사악한 사람을 ‘옐로 독(yellow dog)’이라 부르고, 저속하고 선정적인 신문을 ‘옐로 페이퍼(yellow paper, 황색언론)’라 칭하듯, 기본색 중 가장 덜 선택되는 색이기도 하다.

  반면 동아시아에서 황색은 주로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전통 색채인 오방색에서 황색은 중앙을 가리키며 대지(흙, 土)를 상징한다. 중국에서는 오직 황제만이 입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천자의 색이었으며, 불교에서는 불상을 황금빛으로 조성하듯 숭고함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색이다. 색은 작가가 자연을 직접 모방하지 않고도 내면의 정서와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 언어다. 나는 이러한 황색을 내 작업의 주조색으로 삼아 ‘조화’를 담아내고자 했다.

 

  사람의 마음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랑에 집착하지 않으려 해도 다시 집착하게 되고, 돈과 물질에 집착하지 않으려 해도 결국 다시 집착하게 되어, 그 속에서 감정의 갈등이 일어난다. 어쩌면 마음의 상처 역시 집착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집착이 본능과 무의식의 영역이라면, 방하착(放下着)은 스스로를 다스리고자 하는 의식적인 수행이다. 내 작업의 화두는 바로 ‘조화(Harmony)’이며, 집착과 방하착의 조화이다.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화폭에 옮긴 작품이다. 안평대군은 왕족으로서 감당해야 할 현실적 책임과 권력욕을 지녔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모든 굴레와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안을 갈구했을 것이다. 이러한 내적 갈등이 꿈으로 투영되어〈몽유도원도〉라는 걸작을 낳았으리라 짐작한다. 현대인 역시 집착과 내려놓음이라는 양가감정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살아간다. 집착을 온전히 내려놓는 일, 즉 방하착은 결코 쉽지 않다. 욕망과 집착만 남는다면 본능에 이끌리는 짐승과 다를 바 없을 것이고, 번뇌와 집착에서 완전히 해탈한 상태는 성인의 경지이기에 범인(凡人)이 도달하기는 어렵다.

  결국 삶에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조화는 개인의 내면을 넘어 남과 여, 세대와 세대, 사회와 사회,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온전한 공존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작가노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