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란 개인전 AURORE 박미란 여섯번째 개인전

박미란
2025 04/23 – 04/28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새벽은 매일 찾아오지만 언제나 같은 얼굴을 하지 않는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른 빛과 색으로 세상을 깨우는 새벽빛은 반복 속에서도 늘 새롭다. 이번 전시 『Aurore 曙光』은 그런 새벽의 순간을 담고자 하는 작업의 기록이다. ‘오로르(Aurore)’와 ‘서광(曙光)’을 제목에 담은 것은 단순한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로르’는 ‘아울러’와 닮은 소리를 지니며, 이 작업이 재료와 빛, 그리고 관람객과 아울러지는 과정을 상징한다. 

오랜 시간 도자기와 옻칠, 자개를 섞으며 그 만남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빛을 탐구해왔다. 도자기는 단단한 고요함으로, 옻칠은 깊은 생명력으로, 자개는 작은 조각마다 빛을 받아 섬세한 변화를 만들어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들이 만나면 예상 밖의 형상이 태어난다. 새벽빛이 어둠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작품은 빛 속에서 숨을 쉬며 존재를 드러낸다. 

빛은 이 작업에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빛은 숨겨진 것을 드러내고 모든 것을 깨우는 힘이다. 도자기와 옻칠, 자개가 침묵 속에 머물던 순간, 빛이 닿으면 그 본질이 세상 앞에 열린다. 작은 자개 조각이 빛을 받아 반짝일 때, 그것은 물질을 넘어 존재의 흔적이 된다. 조각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형상을 이루는 과정은 삶의 순간들이 쌓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과 닮아 있다. 이 과정을 작업에 담고자 했다. 

작업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빛과 관람객이 마주하는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존재다. 존재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을 통해 끊임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빛이 없으면 작품은 침묵에 머물지만, 빛이 닿으면 숨겨진 이야기가 깨어나 다시 시작된다. 이 전시는 그 드러남의 순간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Aurore 曙光』을 찾는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매일 다른 새벽처럼, 각자의 내면에서 고유한 ‘서광’이 떠오르기를 기대한다. 이 전시는 작가와 관람객, 그리고 빛이 만나는 그 만남 속에서 존재가 새롭게 열리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