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흥식 개인전 빛, 그 안에서

엄흥식
2022 01/19 – 01/24
2 전시장 (2F)

빛, 그 안에서

세례를 받고 늦깎이 천주교 신자가 된 것이 2007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속해있는 춘천교구의 모든 성당을 둘러보고 2012년에 <빛, 그 안에서>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사진도 신앙도 부족하다고 느껴서 제대로 된 후속 전시를 곧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그 결심은 거의 10년이 지난 이제야 <빛, 그 안에서 2>라는 제목의 전시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일에 바빠서 사진과 신앙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대보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은 당당하지 못합니다.

 

전국 각지의 성당이나 성지를 둘러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성당이나 성지 순례를 위한 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출장이나 다른 볼일로 타지방에 갈 때에도 그곳의 성당을 찾아갑니다. 특히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만나는 성당에 들르는 것은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전국에 자리한 성당을 방문하는 것에 ‘순례’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느님 백성인 저는 ‘하느님의 집’, ‘하느님 백성의 집’에 편안한 마음으로 구경을 갑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 갑니다.

 

성당에서 기도하고, 사진 찍고, 또 그 사진을 동료들과 함께 보는 일은 항상 최고의 기쁨이었습니다. 그분이 함께 하시기 때문이겠지요. 피천득 선생님은 “브루흐의 <콜니드라이>와 바다르제우스카의 <소녀의 기도>는 음률로 나타낸 기도이고, 엘 그레코의 <산토 도밍고>와 밀레의 <만종>은 색채로 이뤄진 기도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감히 용기를 내어 말해봅니다. “사진은 제가 바치는 기도입니다.”

 

사진으로 기도를 드릴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