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태 개인전 외출
김신태
2026 06/03 – 06/08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말하지 못한 감정들,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 — 김신태의 ‘외출’
김신태의 개인전 「외출(外出)」은 내면에 머물러 있던 감정이 외부로 나아가는 과정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다. 여기서 ‘외출’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나 일시적인 일탈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 온 감정이 비로소 형상을 얻고 세상과 마주하는 하나의 결정적인 순간에 가깝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 고요하면서도 깊은 내면의 움직임을 화면 위에 펼쳐 놓는다.
작가는 그간 주어진 여러 역할 속에서 분주한 삶을 살아오며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말한다. 삶의 흐름 속에서 마주한 책임들은 감정의 즉각적인 분출을 허용하지 않았고, 미처 살피지 못한 마음들은 사라지는 대신 내면 깊숙한 곳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쌓여온 시간’이 캔버스 위로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이자, 작가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뒤늦은 안부와도 같다.
작품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꽃’의 형상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꽃들은 반복되면서도 저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이 형상들은, 감정이 보편적인 듯하면서도 매 순간 다른 결을 지닌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작가에게 꽃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내면을 이루는 감정의 단위이자 그 감정들이 모여 형성된 하나의 풍경이다.
특히 일부 작품에서는 꽃이 여백 없이 화면 전체를 덮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장식적 효과를 넘어, 감정의 밀도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 안에서 오래 머물던 것들이 더 이상 내부에만 머무르지 못하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밖으로 스며 나오는 상태이다. 이때 회화는 감정을 설명하는 도구를 넘어, 감정이 실제로 머무르는 하나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이와 동시에 화면 안에는 서로 다른 두 흐름이 함께 존재한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꽃의 유기적인 형태가 감정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반복되는 선과 구조적인 요소들은 화면을 붙잡는 또 하나의 축이 된다. 감정이 밖으로 나아가려는 힘이라면, 구조는 그것을 지탱하고 조율하는 틀이다. 이 둘은 충돌하기보다 긴장을 유지한 채 공존하며, 작가가 삶 속에서 지켜온 내면의 균형을 드러낸다.
또한 꽃의 윤곽을 따라 이어지는 선들은 감정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역할을 한다. 이는 감정이 단순히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형식 안에서 다듬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작가에게 감정은 무작정 쏟아내는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붙들고 바라본 뒤에야 비로소 내보낼 수 있는 존재이다.
작품마다 달라지는 색채의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어떤 화면에서는 강한 대비가 감정의 긴장을 드러내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색조가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이러한 변화는 감정이 하나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흐르고 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