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개인전 숨(息); 가벼운 것들의 무게

이주현
2026 05/13 – 05/18
2 전시장 (2F)

본 작업은 탐조 활동 과정에서 만난 새의 깃털을 출발점으로, 미시적 존재 안에 내재된 생명성과 그 조형적 확장, 더불어 깃털이 담고 있는 생과 사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 목적을 둔다. 작가는 길 위에 떨어진 깃털이 보통 가볍고 무가치한 잔여물로 여겨진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깃털은 한 마리의 새가 살아온 시간과 비행의 흔적이 담긴 물질적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개별 존재의 삶과 생명의 흔적을 회화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깃털이 주로 발견되는 장소에도 주목하였다. 생명의 흔적인 깃털을 찾는 과정에서, 깃털은 방음벽이나 유리창 아래처럼, 충돌로 인해 생명을 잃은 자리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었다. 투명한 구조물은 인간에게는 미적이고 효율적인 요소이지만, 조류에게는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위험으로 작용한다. 유리창 충돌로 폐사하는 야생 조류는 연간 약 800만 마리에 달한다. 이러한 죽음은 자연적 순환 속에서의 죽음이라기보다, 예기치 않게 발생한 허무한 죽음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죽음이 쉽게 보이지 않고, 또 쉽게 잊힌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새들의 죽음은 우리의 기억 속에 거의 남지 않는다. 이에 작가는 깃털을 크게 확대해 그리는 방식을 통해, 무심히 지나쳐지는 존재들을 다시 보이게 하고자 하였다.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사라진 생명에 대한 애도의 기록이자 그 존재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시도이다.

형식적으로는 깃털의 미세한 구조를 확대해 그린다. 가까이에서 관찰한 깃털은 반복되는 선과 방향을 가지며 흐름을 만든다. 이때 깃털은 단순한 일부가 아니라, 마치 풀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같은 하나의 풍경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표현은 미시적 요소를 통해 거시적 세계를 떠올리게 하며,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또한 작가는 이미 생명을 잃은 물질로서의 깃털에 주목하였다. 깃털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생의 흔적과 시간이 남아 있다. 작가는 이러한 남아 있는 흔적을 화면 위에 드러내며, 죽음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시간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한편 작가는 깃털뿐 아니라, 새의 삶 전체를 함께 보여주고자 하였다. 새의 둥지와 그 안의 알, 그리고 생을 살아가는 새의 모습은 생명의 시작과 현재를 나타낸다. 특히 둥지 안에 남아 있는 깃털은 단순한 잔여물이 아니라,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과정에서 비롯된 또 다른 생명의 흔적으로 이해된다. 이는 외부에서 발견되는 깃털과는 다른 맥락에서, 생명이 시작되는 자리에서 생성된 흔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깃털이라는 ‘남겨진 흔적’과 대비를 이루면서도,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사라지는 흐름을 함께 드러낸다.

작가는 생과 사를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였다. 방음벽 아래에서 발견된 깃털은 생명의 소실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그 생이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반대로 둥지와 알, 살아 있는 새의 이미지는 생의 시작과 현재를 보여준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상태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어지며, 작업은 이 전체 과정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

결과적으로시리즈는 깃털을 통해 생명의 흔적을 드러내는 동시에, 쉽게 사라지고 잊히는 존재들에 대한 기억과 애도를 담고 있다. 작가는 가벼운 깃털 안에 담긴 시간과 무게를 드러내며,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생의 과정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나아가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사라지는 존재들을 기억하고, 보이지 않는 생의 흔적에 주목하는 회화적 태도를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