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성미 개인전 De la vie

계성미
2023 11/29 – 12/04
3 전시장 (3F)

De la vie

삶에 관하여/생명에 관하여

최정미_경희대 겸임교수

따뜻한 방에서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 아메리카노와 모카빵, 아이유 노래까지 들으며 이렇게 행복함을 누릴 수 있다니!(작가 노트)

 

삶에서의 유희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자의적 행위를 말한다. 그것은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 어떤 목표 설정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어떠한 외부적인 필연성에 의해서도 구속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그것은 노동과는 구별되어 한가로움과 여가 및 자기만족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꽃을 그린다. 튤립, 장미, 국화, 작약, 빨강, 노랑, 보라, 파랑, 초록, 고운 색들이 이리저리 어우러져 있는 그림들은 흡사 그녀를 닮았다. 꽃을 바라보면 짓게 되는 미소가 그녀를 마주하면 짓게 되는 미소하고 별반 다를 게 없다. 2017년 ‘흔들리는 자연’ 展에 출품한 ‘Aura_77x58cm_Water color on paper’는 3년간 수채화로 튤립 등 꽃을 그려왔던 그녀의 첫 전시 작품으로 색상이 맑고 경쾌하다. 그 후 유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보여준 2021년 ‘에오스’ 展의 출품작 ‘너의 의미_45.5×45.5cm_Oil on canvas’는 수채화보다 조금 더 진하고 다양한 색상이 드러나면서 깊은 감성과 섬세함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형상을 묘사한 모든 예술 속에는 현재 보이는 것들과 잠재적으로 봐 오 던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런 사실로 보아 그녀가 그려내는 꽃들은 보이는 그대로의 묘사를 벗어나 자신만의 감성으로 지난 기억 속의 색들을 다루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람들이 꽃을 그린 것은 기원전부터였으나, 17세기 네덜란드에 이르러 독립적인 소재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꽃은 오랜 세월 동안 예술과 문학 그리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이는 그림이나, 시, 이야기 등에서 작가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작품에 상징적인 의미 또는 특별한 의미를 줄 때 사용되었다. 또한 중세 시대에는 꽃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인기를 얻었었고, 클로드 모네의 양귀비, 마리 로랑생의 꽃 정물화, 마네의 라일락, 반 고흐의 해바라기 등 예술가들은 색과 빛을 연구하며, 꽃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렇듯 꽃을 그리는 작가는 많지만, 꽃이 의미하는 상징성이나, 꽃에 대한 해석과 표현 방법은 작가마다 매우 다르다. 그런 의미로 보면 기억을 그려내는 계성미 작가의 꽃들은 새롭고 신비하다. 색에 대한 해석이 그러하고 배경이며 적당하게 단순화해서 처리한 꽃잎들이 그렇다. 우리는 마음에 들어 관심을 끌고 생명력이 있어 보이거나 경탄을 자아내는 것을 보면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음악이나 문학의 운문들이나 오랜 신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색채나 형상 속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데 그녀가 그려낸 꽃들은 아름답다. 오랜 시간 인내하며 자신만의 그림을 묵묵히 그려온 계성미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그녀가 그려낸 하나하나의 작품 속에 머물러 있는 꽃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생명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