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개인전 장미 : 그 향기에 대한 사유

김선미
2019 08/28 – 09/02
2 전시장 (2F)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달콤한 향기가 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 Shakespeare)가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에서 줄리엣의 입을 빌려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달콤한 향기가 난다(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진이나, 조각, 드로잉, 회화 같이 세상에 다양한 형식의 묘사 방법이 있지만 장미꽃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꽃의 이미지에서 자연의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한 의미를 재발견하고 의도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예술 활동에 있어서 자주 있는 과제이다.

김선미의 작품은 화면을 가득채운 색채와 선들 밝고 어두움이 교차하는 색채들 사이에 선들이 유연하게 흐르는 장면이 추상화처럼 보인다. 평면에서 그러한 굴곡이 장미의 형상이 솟아오르게 한다. 커다랗게 세부 묘사를 생략하고 자연스런 고전적인 표현을 유지하면서 형태미를 보여줌으로써 조형적 가치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클로즈업된 장미꽃의 가장자리에서 처리되어 추상화처럼 보인다.

그림 전체를 볼 때 이미 알고 있는 꽃의 이미지와 관련되어 사람들의 눈에 장미가 보인다. 가지도 없고 잎도 없이 얼굴만 드러낸 꽃의 중심으로 시선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장미라기보다 작가 자신의 표정을 드러내고 있는 자화상처럼 보인다. 일상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처럼 각각의 장미 형상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드러내고 있다. 장미꽃의 중심으로 향하게 하는 시선에서 작가의 외면에 드러나지 않는 어두움과 밝음이 교차하는 개인적 심상이 보인다.

 

자연의 수많은 꽃 중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상징되는 꽃은 장미꽃일 것이다. 장미꽃은 그 자 체가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갖고 있으며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미적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작가는 그림에서 다른 향기를 만들고 있다. 주관적 감정으로 느끼게 되는 장미의 다른 느낌이 다. 장미꽃은 자연에 대한 해석이며 작가의 열정과 결합하여 독특한 꽃의 영감을 불어 넣고 있다. 작가들이 꽃을 소재로 그리는 것은 자연과의 일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어 자연의 미를 공유하고자 하는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꽃은 내재한 자체의 질서와 외면적 형태, 색으로 예술적 표현이 가능한 미적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상징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 하는데 있어 인간의 심성을 대변해 주는 소재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장미는 형태나 향기, 약효 때문에 수세기 동안 사람들로부터 애호되어 왔다. 역사에 따르면 약 5000년 전에 이미 중국에서 재배되었으며 그 이후 신화나 종교에서 다양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Aphrodite)가 연인인 미소년 아도니스(Adonis)의 주검 앞에서 흘린 눈물에서 피어난 꽃이 장미라고 전해진다. 따라서 장미는 아프로디테의 사랑의 표시이면서 머리와 목, 발 주위에 장식하여 여신의 향기가 퍼지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기독교에서, 가톨릭에서는 순교 때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씌웠다고 한다. 이 같은 전설에서 보듯이 장미는 죽음과 부활을 의미하가도하였다.

로마에서는 장미를 비밀 또는 은밀한 토론이 이루어진 방의 문에 두었다고 한다. 비밀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 “장미 아래(Sub rosa)”라는 표현은 고대 로마인의 종교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장미의 줄기에 있는 가시는 저항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다르겠지 만 꽃을 꺾을 때 상처를 입혀 자신을 지키려는 순결의 의미로 보여 지기도 한다.

많은 꽃 중에서 장미는 가장 잘 알려지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으며 여러 의미를 부여하는 꽃 중 하나이다. 현대인들이 꽃을 선물할 때 항상 등장하는 장미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꽃이다. 장미는 사랑 또는 슬픔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왔다. 그러한 감정을 전달하는 마음의 표시이기도하다. 이러한 장미는 색깔과 결합하여 여러 해석을 낳게 된다. 붉은 장미는 꽃 중에서 욕망, 절정, 기쁨,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사랑의 의미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반면 노란 장미는 질투, 사랑의 감소, 완벽한 성취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백색은 빈틈 공허함 부재로서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백색 장미는 내적 인 본질을 순결이라는 백색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이런 해석에서 볼 때 색깔 때문에 꽃에 대 해 색채심리로 해석하는 것 같다. 이렇듯 꽃의 색깔은 완결 지을 수없는 다의성 안에서의 추상적 도형들과 결합하여 의미들을 부여 한다.

 

꽃은 그리는 것은 자연적인 선과 형태, 색에서 다양한 감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꽃의 모양이나 색깔을 다양하게 변형하여 조형적으로 새로운 미를 만든다. 김선미의 작품은 아름다운 방식으로 공간을 채우고 모양, 색채 및 흔적을 실험하고 있다. 또한 장미꽃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는 인간적 매력을 느끼게 한다. 삶의 단편적인 사건을 묘사한 자화상처럼 그녀의 작품에서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해 본다.

 

조광석 (미술평론가, 경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