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단체전 틈: Blank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2023 07/05 – 07/10
3 전시장 (3F)

ʻ틈

글,기획 :장유진

 

 전시에 참여하는 열 명의 작가들은 그룹 ‘조각 케이크’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여러 조각으로

이뤄 진 퍼즐처럼, ‘조각 케이크’의 개별 작가가 모여 전체의 그룹을 이룬다. 그룹으로 활동하

면서도 단일한 주제 의식을 따르는 대신 각자의 관심사를 탐색한다는 점이 이들의 정체성이

다. 그것은 한 폭의 그 림을 구성하나 언제든지 해체되고 재조립될 수 있는 퍼즐의 속성과

닮았다. 조각의 맞물림은 일시적인 상태이며 단 몇 개의 조각을 다른 자리에 위치시키는 것

만으로도 기존의 모습과 전혀 다른 형상이 만들어진다. 변형을 허용하는것은 조각들 사이의

경계, 즉 작은 틈이다. 하나로 통합되지 않는 ‘조각 케이크’의 작가들은 그들 사이의 간극을

기꺼이 허용하며 그 사이를 비집고 새어 나올 것을 기대한다.

전통적인 매체부터 동시대의 매체적 조건까지 독특한 물질적 특징을 탐구한다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더욱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으로 확장 한다거나, 비물질과 가상 세

계의 틈입을 기민하게 좇는다는 식으로 이들의 작업을 느슨하게 묶어 말할 수도 있겠다. 공

통점과 차이점을 기준으로 묶어서 제시하는 것은 매우 간편하고 명료하다. 조각의 들어가고

나온 부분들을 끼워 맞춘 네 각이 모두 직각인 퍼즐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들과 함

께하는 것은애 초부터 온전한 완결성을 지닐 수 없었던 퍼즐을 애써 직사각형 틀 안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놓인 조각들을 그 자리에서 떼어 내야 한다. 어설프게 바닥에 뿌

려 두었을 때 발견될 수 있는 우연하고 유연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관심사로는 묶이지 않을 ‘조각 케이크’의 작가들을 그대로 흩어 두는 전시를

기획 한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고 실험하는 재료와 주제를 마음껏 깊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작업들이 같은 공간에 놓였을 때 야기할 수 있는 효과가 전시장을 채우게

할 것이다. 빈틈을 일시적으로 채울 수 있는 부드러운 생각이 마음껏 전개되기를 바란다.